TODAY 2018년2월19일 月曜日

세종을 닮고 싶은 자, 증류주를 탐내다

충청 [청주] 증류식소주 ‘이도’ 조은술 세종

기사작성 02-29 리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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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존경의 마음 담아 생산 계획
22도는 이도가 왕위에 오른 나이 의미
32도는 재위기간, 42도는 昇遐한 나이
각각의 의미에 맞게 병에 낙관도 새겨

충북 청주의 우리술 제조업체 조은술 세종이 최근 증류식소주 이도를 내놓았다.
주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기호(慶氣浩·56) 대표지만 그 역시 ‘모험’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물론, 주변의 만류도 만만찮았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마술’에 걸려 이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왜 그는 ‘증류식소주 이도’에, 그리고 ‘사람 이도’에 집중했을까.

 

먼저, ‘이도’에 대해 알아보자.
이도(李 )는 조선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의 본명이다. 경기호 대표가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우린 지금 ‘소통’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세종대왕은 그 당시 백성·신하들과의 소통에 많은 신경을 썼어요. 더불어 예술, 문화, 농업, 과학 쪽에 탁월한 능력이 있었고요. 창의력과 개척 정신도 무시할 수 없죠. 그런 점이 무척 맘에 들어요. 존경한다는 건 닮고 싶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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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호 대표는 증류식소주 ‘이도’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공부도 많이 했다. 시설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의 ‘마술’에 걸려 이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100번 옳은 결정이다.

 

度數의 뜻, 그리고 낙관
이도의 도수(度數)는 22도, 32도, 42도 세 종류다. 그리고 프리미엄급 54도도 곧 준비된다.​

재밌는 건 도수마다 의미를 부여한 것과 낙관(落款)을 찍은 점이다.

 

먼저, ‘22’는 젊은 청년 이도가 왕위(王位)에 오른 나이를 뜻한다. 경기호 대표는 “22도는 젊은 청년이나 욕망이 있는 자가 마시는 술”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승진, 합격 등이 필요한 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젊은 이도의 기(氣)를 듬뿍 받아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는 것이다. 낙관으로는 ‘오를 등(登)’을 선택했다. 말 그대로 왕위에 올랐다는 의미다.

 

‘32’는 세종대왕의 재위(在位) 기간을 가리킨다. 22세에 왕위에 올라 54세에 승하(昇遐)했으니 꼭 32년이다. 낙관이 뜻 깊다. ‘이야기 담(談)’이다. 32년간 백성·신하들과의 담화(談話)에 많은 공을 들였으니 딱 들어맞는 단어다. 경기호 대표는 직장인들의 회식 때 이 술이 빛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직장회식이 단순히 술만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선임들은 후임들의 말을 들어주고, 또 각자 소홀했던 부분을 반성하는 자리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도 32도를 마시면서 서로 소통하는 거죠. 재밌는 건배사도 생각해봤어요. 선임들이 ‘이도!’ 하고 외치면 후임들은 ‘담!’으로 받는 거죠. 그러는 가운데 그 조직은 발전하고 회사는 더욱 커지겠죠.”​

 

‘42’는 그저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술로 정했다. 그래서 낙관은 ‘세종’이다. 마시는 모든 이들이 세종대왕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존경을 표했으면 하는 바람도 담고 있다.

 

‘54’는 앞서 말했듯이 세종대왕이 승하했을 때의 나이다. 그러고선 비로소 ‘대왕(大王)’이 됐다. 그래서 낙관이 대왕이다. 이 54도는 한정판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경기호 대표는 이 술을 개발할 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덕분에 공부도 원 없이 했다. 기획부터 연구개발, 설비, 생산에 이르기까지 3년이 넘게 걸렸다. 이도라는 브랜드 이름을 정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끌었다. 결정 후에는 특허출원도 냈다. 음식 쪽엔 이도라는 브랜드가 있었지만 다행히 술 쪽엔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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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쌀을 선택하다
이도에는 다른 뜻도 있다. ‘다를 이(異)’에 ‘길 도(道)’를 써서 ‘남과 다른 길을 간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 그 좋은 예가 원료의 선택이다. 이도는 유기농(有機農) 쌀이 주원료다. 덕분에 가격이 조금 세다.

 

“우리도 제값 주고 유기농 쌀을 사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죠. 술 제조사에게 제값에 팔아야 농민들도 신나서 많이 재배할 것 아닙니까. 농민들은 자연을 생각하고 제조사는 품질 좋은 술을 만들면 그 덕은 결국 우리들에게로 오죠.”

 

경기호 대표는 “이 술은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마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소 거창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의 생각은 단단하다.

 

“이도 한 잔을 마시면 우리 땅이 맑아진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그동안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환경을 많이 훼손했는데 이제 좀 회복시킬 때가 됐다, 그런 의미인 거죠. 생산자는 철학이 있어야 하고, 마시는 사람은 이 술을 왜 마시는지에 대한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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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 증류식소주를 말하다
경기호 대표는 농업인이었다. 그래서 원료를 볼 줄 안다. 더불어 좋은 선택이 가능하다. 제조업에 몸담고 있지만 지금도 농가(農家)들과의 교류가 적지 않다. 그러다 주류유통업에 눈을 떠 17년간 그쪽 일에 종사했다. 도매 마진이 좋았던 그 당시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러다 2007년 조은술 세종을 설립했다.

 

출신이 농업인이니 술 만드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유통을 해봤으니 사업 아이템 개발 능력은 적지 않았다. 증류식소주 이도도 그런 배경이 작용해 세상 빛을 보게 됐다.​

 

그는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유기농에 집중한 것도 그 이유가 강하다.

 

“농업 쪽에도 불가피한 환경오염이 적지 않아요. 옛날 우리는 다(多)수확을 위해 농약을 쓰기 시작했고 비료도 사용했죠. 또 인건비를 줄이고자 제초제도 만들었어요. 그래서 좀 풍요로워질만하니 토양이, 지하수가 죽어가고 있죠. 먹고 살만큼 됐으니 이젠 거꾸로 자연을 살려야 해요. 그러려면 유기농 제품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물이 깨끗해지고 환경이 좋아지면 사람이 건강해지고 자연도 건강해져요.”

현재 유기농 쌀로 증류식소주를 만드는 곳은 조은술 세종뿐이다.

 

경기호 대표는 “증류주 사업은 조급하면 할 수 없다. 무조건 기다려야 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발효 기간이나 양조 과정은 어느 술보다 길고, 시장에 내놓아도 쉽게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의 미래, 회사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우리 전통주의 미래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그 미래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돈이 안 돼도 우리 같은 술 제조업자들이 자기 몫을 스스로 해내야 해요. 일본처럼 말이죠. 일본의 소주 역사는 우리보다 못해도 많은 발전을 했잖아요. 일본에선 소주가 우리의 막걸리처럼 많이 활성화돼 있어요. 우리도 그래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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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칠 때쯤 인상적인 말을 했다.

“사실, 내가 왕이지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끝까지 살다 죽죠. 자식도 와이프도 다 하나의 끈일 뿐이에요. 나 스스로 왕으로 태어나 죽는다고 생각하면 돼요. 별 것 있나요. 그저 술 한 잔 마시면서 스트레스 풀고 기쁜 일 있으면 박수 치고, 그러면서 마시는 술이 이도예요.”

 

경기호 대표는 이도에 ‘진심’을 담았다. 오랜 공을 들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기다림을 맞이하고 있다.

 

☎ 043·218·7688 청주시 청원구 사천로 18번길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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