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2018년4월20일 金曜日

동갑내기 친구 둘이서 ‘술꽃’ 활짝 피우다

‘서른, 우리술로 꽃피우다’ 낸 김별・이경진

기사작성 02-11 리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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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부산・제주 등 돌며 술 여행
고생 많았지만 주량도 많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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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이경진은 3주간의 술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 아니면 못갈 것 같아서 짬을 냈다. 그들은 누구에게라도 말해준다. “술 여행은 왜 갔어?”라는 질문엔 “마시고 싶으니까”라고, “한복은 왜 입고 다녔어?”에는 “평소 입고 싶었으니까”라고 답한다. 술 여행책도 깊고 섬세하기보다 가볍고 경쾌하게 썼다.

 

 

절친둘이 책을 썼다. 술 여행 책이다.

한 명은 글을 썼고 한 명은 그림을 그렸다. 한 명은 술을 잘하고 한 명은 못 마신다.

서른하나 동갑내기 김별, 이경진(李景珍)은 늘 유쾌하다. 그래서 여행도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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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둘 사이가 궁금하다.

김별 우리 둘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다. 난 마케팅 관련 일을 하다 퇴사한 지 1년쯤 됐다.

이경진 난 지금 아버지와 사업을 하고 있다.

술과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어쩌다 술 여행을 떠나게 됐나.

김별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여기저기서 마시다보니 막걸리 종류가 많은 줄 알게 됐다. 막걸리라곤 장수밖에 몰랐는데, 무척 놀랐다.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경진이한테 술 마시러 다녀볼래?” 하고 물어봤다.

이경진 평소 별이는 재밌는 게 있으면 내게 꼭 알려준다. 내가 , 그거 재밌겠다하면 하는 식이다.


술은 어디서 마시나.

김별 주로 동네 뒷골목 허름한 막걸리집이나 종로3가 낙원상가 근처 막걸리집을 찾는다. 깨끗하고 현대적인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종로 거기는 할아버지 손님이 많다. 그 분들이 낮술 마시는 곳이 맛있는 집이다.


둘의 술 여행은 마시고 싶은 술을 맘껏 마셔보자는 의미였나?

김별 우리는 술 전문가가 아니다. 이제 와서 술 공부를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술은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에 전통주가 많네?’ ‘재밌고 맛있는 술이 많네?’ 이런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책은 거창한 게 아니다. 한복을 왜 입었냐? 입고 싶었으니까. 왜 술을 마시면서 여행했냐? 마시고 싶었으니까. 이게 우리 책이다.

이경진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간 건 아니다. 기획서를 쓰고, 출판사와 미팅을 하고, 여행 가서 신나게 놀고, 돌아와서 출판 계약하고 책 쓰고 그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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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처음 술 여행을 구상했나.

김별 3주를 계획했다. 여행 방문지는 전주, 정읍, 여수, 부산, 제주, 경주, 포항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아참, 맨 처음에 강원도 홍천에 있는 예술에서 34일간 머물렀다.

이경진 한 마디로 죽을 뻔했다. 술을 마시면서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깊게 하지 못했다. 체력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4~5월의 날씨가 생각보다 추웠다. 우리 둘 다 운전면허증이 없다. 그래서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그래서 잊을 수 없는 여행이었다.


목표했던 곳과 술은 다 다녀오고 마셔봤나?

이경진 그랬다. 헌데, 변수가 있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타격이 좀 있었다. 전주에 갔을 때가 메르스가 가장 심할 때였다.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문 닫은 양조장도 있었다. 부산 금정산성에 갔을 때도 메르스 때문에 각종 프로그램이 다 취소됐다.


이후의 일정을 짤막하게나마 말해보자.

김별 정읍에서 여수로 갔다. 그 유명한 개도막걸리가 있는 바로 그곳. 거기선 술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새벽 2~3시에 작업한다더라. 첫 배가 5시에 있다. 그래서 그냥 갔다. 밥만 먹고 왔다. 진짜 재밌었다. 사장님 내외가 무척 다정다감했다.

이경진 부산은 아까 말했듯이 메르스 때문에 다 문을 닫았다. 추운데 비까지 왔다. 거기서 마신 커피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경주에선 교동법주에 들렀다. 우리가 생각한 건 그 병을 들고 불국사에 가는 스케줄이었는데 생각보다 병이 무척 컸다. 그래서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경주법주를 사들고 갔다. 제주에선 한복 입고 ATV(사륜오토바이)도 탔다. 사람들이 한복 입고 헬멧을 쓰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뒤에서 휴대전화로 동영상 찍어대고 난리도 아니었다. 포항은 당일치기였다. 원래 계획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도중 페이스북에 때마다 글을 올렸는데 누가 이곳을 소개해줬다. 마침 이곳 공장장과도 연결돼 허락을 받고 갔다. 생각보다 깨끗해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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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名人)이나 유명 양조장과의 만남을 염두에 두진 않았나?

김별 사실, 정읍 태인양조장의 송명섭 명인은 만나지 못했다. 도착했을 때 배달 가셨다고 했다. 대신 따님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금정산성막걸리도 메르스 때문에 문을 닫았다. 그런데 우린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그런 계획이 없었다. 솔직히 그런 건 싫다. 깊이 있는 얘기와 전문적인 내용은 우리 말고도 많이 썼지 않나. 그런 것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집착했다. 그래서 미리 연락도 하지 않고 그냥 갔다. 그냥 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술을 마시며 여행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경진 어느 양조장이든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들어가서 얘기 잘 해주면 듣고 나오고, 시간 없다 하면 안녕히 계세요하고 나왔다. 신기하긴 했을 것 같다. 한복 입은 여자 둘이 양조장을 기웃거리고 술 사가고 하는 모습들이.


여행 내내 한복 입은 채로 다니지 않았나?

김별 우리술이니까 한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쁘기도 하고. 한 번 갖춰 입고 우리술을 마셔보고 싶기도 했다.

이경진 전공이 일어일문과여서 일본에 1년 정도 살다가 왔다. 일본사람들은 기모노나 유카타를 잘 입고 돌아다니지 않나. 나도 유카타 입고 축제를 다녔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한복을 입고 싶어 찾아봤는데 비싼데다가 정작 입고 나갈 데가 없었다. 그래도 꼭 한 번 입고 돌아다녀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김별 처음엔 한복을 직접 만들어보려고 원단까지 샀다. 하지만 실패했다. 대신 어머니가 재봉틀로 두 벌 만들어주셨다.

이경진 우린 한복이 한 벌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걸 입고 돌아다니다 더러워지면 빨아서 다시 입었다. 내가 생각해도 미쳤다. 인견으로 만들어서 추웠다. 특히 여수에서 너무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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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진씨는 술을 잘 못해서 걱정하지 않았나? “나 때문에 망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 때문에라도.

이경진 진짜 걱정 많이 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그렇고. 평소 맥주 500시켜놓으면 조금만 먹고 말았다. 와인 고르라면 단 것, 맥주 고르라면 안 쓴 것을 골랐다. 헌데, 투어하면서 술맛이 다 다르네?”라는 걸 알았다. 그러다가 제주에서 맛있는 술이 있구나”, “내가 좋아하는 술이 있구나이런 걸 알게 됐다. 그게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만날 마시니 술도 조금씩 늘었다. 전날의 과음 때문에 또 마실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또 들어가더라. 개도에선 아침부터 마셨다.

김별 술책이 아니라 국내 여행책을 쓰고 싶었기 때문에 기왕 노는 거 술 많이 마시고 놀자는 생각이었다.

이경진 술을 못하는 건 못하는 거고, 놀고 싶은 건 놀고 싶은 거다. 뭘 하자고 하면 겁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해보면 재밌을 거야라는 생각이 훨씬 더 큰 편이다. 그리고 역시 해보면 다 재밌다. 별이가 술 여행 가자고 했을 때도 난 술을 못 마시는데하면서도 한편으론 지금 아니면 못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결국 해보고 나니 다 재밌었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김별 경진이는 무언가를 권유하면 같이 한다. 싫다고 하지 않는다. 난 계속 일을 벌이고, 경진이는 계속 같이 해주는 아주 좋은 친구다.(웃음)


여행하는 3주 동안 싸우진 않았나? 왜 둘이 여행하면 그 사람의 밑바닥까지 다 본다고 하지 않나.

이경진 의견 충돌이나 싸움 한 번 없었다. 우린 대학 시절에도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때도 다툼은 없었다. 여행은 별이와 같이 가야한다고 늘 생각한다. 신기한 건 나나 별이나 무척 친한 친구와는 여행이 잘 맞지 않는다.

김별 정말 그렇다. 경진이와는 여행스타일이 잘 맞는다. 둘 다 쇼핑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무얼 보고 싶다고 하면 그냥 같이 가고, 실컷 보다가 이제 가자고 하면 바로 움직인다. 언젠가 보름 동안 스페인을 다녀왔는데, 그때도 그랬다. 경진이가 꼭 보고 싶은 게 있지만 난 별로일 때 1층 벤치에서 잠을 청했다. 그렇게 서로 의견을 많이 존중해준다.

이경진 그러고 보니 대학 때 둘이서 달랑 10만원만 들고 34일간 울릉도에 갔던 일도 있다.

경비는 얼마나 들었나.

김별 1인당 150만 원 정도 들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경비를 우리 블로그에 다 올려놓았다. 혹시라도 우리처럼 여행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참고하라는 뜻에서다. 경비뿐만 아니라 일정, 경로까지 모두 공개했다.


여행 다녀오고 나서 무척 바빴을 듯싶다.

이경진 3주간 느낀 게 굉장히 많았다. 그게 책 안에 다 들어가 있다. 여행 다녀오자마자 출판사와 계약하고 바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8월부터 11월까지 4달 동안 썼다. 그리고 지난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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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느낀 점이 분명 있을 듯싶다.

이경진 취미가 마라톤이다. 동호회 회원들이 술 여행 다녀온 걸 안다. 친한 몇몇이 좋은 곳 있으면 추천해보라고 해서 우리가 잘 가는 종로 그 막걸리집에 데려간다. 그러면 굉장히 신기해한다. 그도 그럴 게 술 못 마시는 애가 술 여행 다녀오더니 여긴 술 종류가 다양해” “이 술 마셔봐” “이 안주가 괜찮아하는 식으로 떠들어대니 얼마나 신기하겠나. 그런 과정이 무척 재밌다. 난 마시는 술의 양은 한정돼 있다. 그러니 이왕 마실 거면 내가 좋아하는, 내가 맛있어하는 술을 마시고 싶다.

김별 처음 여행 루트를 잡을 때 술만 있는 곳이 아니라 볼거리도 있는 곳을 선택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우선했다. 우리 책을 보고 막상 갔는데 여긴 어디지?” “여길 내가 왜 왔지?” 이런 생각을 갖게 하면 곤란하다는 생각이었다. “지난번에 부산에 갔었는데 이런 곳도 있었네?” 이런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더불어 금정산성막걸리는 사다가 마셔보기만 했는데 양조장에서 이런 체험 프로그램도 하는구나. 다음에 나도 해봐야지하는 생각도 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술을 보는 시야도 달라졌다. 최근에 집들이를 했는데 술상의 술이 바뀌었다. 예전 같으면 국내 소주맥주를 진열했을 텐데 신세계백화점 우리술상에서 사온 막걸리들과 진도홍주를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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