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2018년4월20일 金曜日

우리술, 현대 입맛에 맞도록 변신해야… 기초부터 다지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식품과 정석태 연구관

기사작성 11-18 리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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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사랑하는 전통주 만들려면
가장 먼저 우리 입맛에 맞아야 해

누룩, 원료처리방법, 담금법 관련
기초 데이터부터 철저히 수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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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의 역사는 우리 민족이 만주와 한반도로 들어 온 고대시대부터 시작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기록으로는 주몽의 탄생 설화(說話)에 술 이야기가 처음 언급됐다. 특히, 이웃나라 사서(史書)에는 우리 민족을 술과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기술하기도 했다. 이처럼 술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서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술의 제조기술도 상당히 발전돼 있을 법하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는 전통주보다 외국에서 들여온 술을 더 높이 평가하고 좋아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가장 먼저 "일제 강점기시절 주세령(酒稅令) 공포(公布)로 우리 가양주를 말살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렇다. 이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으로부터 벗어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아직도 남의 탓만 할 것인가. 이제부터는 내 탓이고 우리 탓이다. 우리가 한 것이 없다.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한다. 우리술인 전통주를 대중이 사랑하는 술로 만들려면 지금 우리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그런데 그 입맛이란 간사하기 짝이 없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것이 바로 입맛이다. 즉, 전통주가 다른 술보다 더 사랑받기 위해서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돼야 한다.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려면 기술 개발 역시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데, 신속한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예부터 전해오는 비법(秘法)으론 현대의 변화 속도를 맞출 수가 없다. 변화 속도가 느린 시대에는 그 비법이 좋은 기술일지 모르지만 급변하는 시대의 비법은 단지 '시대에 뒤떨어진 나만이 알고 있는 기술'일 뿐이다. 현재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없다. 혹시 비법을 갖고 있거든 많은 사람에게 빨리 알리고 새로운 비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현 시대에서 살아남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우리술의 역사가 오래 됐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술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러쿵저러쿵 대충 알고 있는 것들은 많은데 정작 실용적으로 쓸 만한 데이터가 없다. 그리고 기술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기초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여있어야 함에도 말만 무성할 뿐 새로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정보는 너무도 부족하다.

 

우리술의 역사를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철저히 현대인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 변신을 위한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 옛것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옛것을 바탕으로 신기술을 접목해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해야 한다. 발 빠른 대응을 위해서는 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우리술의 근간인 누룩과 원료 처리방법, 그리고 담금방법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철저히 수집해야 한다. 누룩 발효 시 일어나는 미생물의 균상(菌狀) 변화, 그리고 그 미생물의 대사산물(代謝産物), 또 그때 생성된 효소들의 역할에 대해 완벽하게 꿰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 전통주의 원료가 되는 쌀, 보리, 밀 등 곡물의 특성과 발효 중에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변화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술의 원료 처리방법에는 생쌀, 고두밥, 백설기, 구멍떡, 죽 등 다양한 것이 있다. 이런 처리방법이 술의 품질에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치는 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있는 우리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이 같은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우리술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도 멀다. 기초체력을 다지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분명 반도 못가서 주저앉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술의 기초부터 다져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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