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2018년2월18일 日曜日

서울의 술 ‘삼해소주’로 전통식품名人된 김택상씨

이동복 선생의 오랜 여정, 아들이자 제자인 김씨가 이어받아

기사작성 02-02 리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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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가문이었던 이 선생 집안에서 여성들에 의해 지금껏 이어와
김씨, 서울 술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는 믿음 때문에 자부심 대단

3일 서울 종로구 계동 서울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에서 서울무형문화재 특별기획전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 삼해소주(三亥燒酒)’가 참여한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지난겨울 바로 이곳에서 삼해약주를 빚는 권희자 선생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사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8호 삼해주(소주) 장인 이동복(李東福・83) 선생을 진즉에 만났어야 했는데, 게으른 일상 탓에 그러지 못한 것이 늘 아쉬었습니다. 헌데, 교육전시장엔 뜻밖의 인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동복 선생은 물론, 현재 삼해소주의 맥()을 잇고 있는 김택상(金澤相・59) 씨도 저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김택상 씨는 이동복 선생의 아들입니다.

 

* 이 기사는 20108월에 취재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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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식품 명인으로 선정된 김택상 씨(오른쪽)와 그의 어머니이자 스승인 이동복 선생

 

 

조르고 졸라 이동복 선생과 김택상 씨를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흔한 역사나 양조법 따위를 꼬치꼬치 캐묻고자 한 것이 아닙니다. 그쯤이야 마우스를 몇 번만 클릭해도 배부를 만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허나, 그 속에 담긴 진짜 역사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을 겁니다.


알고 보니 이동복 선생은 술과의 인연이 꽤 깊습니다. 이 선생의 시외삼촌과 고모, 아주 가까이는 친정아버지 모두 양조장을 하셨습니다. 시외삼촌은 양조장을 세 개나 갖고 있었던 술 부자(富者)’였습니다. 이 선생의 바깥어른은 교사였습니다. 퇴직 후 수입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시외삼촌이 충남 홍성 광천에 있는 양조장 하나를 떼어주었습니다.

 

삼해소주와 이 양조장은 별개의 것입니다. 이 선생의 집안에서 삼해소주가 무형의 자산이라면 양조장은 유형의 자산인 셈입니다. 하지만 그 양조장은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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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해소주는 원래 궁()에서 행사를 하거나 의식을 행할 때 사용하던 술이었습니다. 사대부 집안의 가양주(家釀酒)로 꾸준히 전해져 온 것이기도 합니다. 주변 나라의 사신(使臣)이 오면 선물로 주었고 제주(祭酒)로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귀족의 술로 불리곤 했답니다.

 

사대부 가문이었던 이 선생의 집안에서 삼해소주는 여성들에 의해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수하고, 그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된 후 다시 며느리에게 이어주면서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고문헌을 보면 삼해소주는 고려시대 때부터 빚은 걸 알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 이르러 빛을 발했습니다.

 

일제강점기시절 때 맥이 끊겼다가 근래 들어 새롭게 인정받았는데, 그 사연도 보통은 아닙니다. 이 선생의 큰아들 친구가 식품문화연구 쪽 기관에서 일했는데 사대부 집안의 술을 사장(死藏)시켜서는 안 된다며 삼해소주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고 합니다. 내 집안의 일은 아니지만 친구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라고 생각했던 까닭일 겁니다. 그 같은 노력에 힘입어 1993, 이동복 선생은 서울시로부터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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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상 씨는 삼해소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여태 여자들에 의해 전수돼 온 술을 처음 남자가 이어받는 까닭일까요? 그래서 오랜 시간을 참고 또 참으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의 자부심에는 서울의 술이라는 것도 한 몫 합니다. 서울 술이라고 해봐야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는 믿음이 그에겐 있습니다.

 

술 빚는 법을 전수받으려면 처음 4~5년은 기능보유자에게 배우고전수장학생이 된 다음 4~5년을 또 배우고, ‘이수자가 되고나서도 4~5년을 배운 후전수교육조교가 되면 또 4~5년을 배웁니다. 그렇게 따지면 약 15년에서 20년을 꼬박 술 만들기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 각오도 없으면 애초에 꿈도 꾸지 말아야죠.”

김택상 씨는 현재 전수교육조교로 활동 중입니다.


술 전문가들은 최근의 막걸리 인기가 증류식소주로 옮아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증류식소주를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이는 증류식소주를 몰라서 못 마시는 것일 뿐 안 마시는 게 아니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알면 마신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김택상 씨의 활약이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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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해소주는 정월 첫 돼지날(亥日)에 밑술을 만들고, 돌아오는 돼지날에 맞춰 덧술을 세 번 담가 마시는 삼양주(三釀酒)입니다. 술을 빚는데 짧게는 100일 정도 걸립니다. 봄 버들강아지의 눈이 뜰 때쯤 담가놓은 것을 마신다고 해서 유서주(柳絮酒), 춘주(春酒)라고도 부릅니다.

 

주재료는 멥쌀과 찹쌀, 그리고 누룩입니다. 삼해소주를 만들 때는 우선 밑술을 만들어야 합니다. 밑술은 목표량의 5분의 1 정도의 쌀을 충분히 물에 불리고 가루 내어 뜨거운 물에 죽을 쑨 다음 식힙니다. 여기에 누룩가루를 섞어 항아리 속에 담아두고 2~3일 서늘한 곳에 보관합니다. 내용물이 깐작깐작할 때 밑술로 사용하면 됩니다.

 

첫 해일에는 숙성된 밑술에 백미를 고두밥 지어 식히고 누룩을 성글게 가루 내어 물과 혼합해 서늘한 곳에서 저온 숙성시킵니다. 발효가 완성됐을 때 체나 여과기를 이용해 찌꺼기를 거릅니다.

 

다음 달 첫 해일에는 첫 번째 거른 술에 찹쌀을 고두밥 지어 식히고, 누룩을 성글게 가루 내어 첫 번째 물의 절반 정도와 혼합해 덧술한 후 저온 숙성시킵니다. 역시 완성되면 체나 여과기를 이용해 찌꺼기를 거릅니다. 다음 달 첫 해일에는 두 번째 덧술과 같은 방법으로 덧술한 후 저온 숙성시킵니다. 발효가 완성됐을 때 용수를 이용해 맑을 술(청주)를 채취하고, 이 맑은 술을 전통 소줏고리로 증류식소주를 내립니다.

 

삼해소주는 여러 번의 저온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맛과 향이 깊고 빛깔이 투명하며 뒷맛이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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