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2018년4월20일 金曜日

“기초질서만 잘 잡혀도 주류산업은 발전할 것”

㈔한국수입주류도매협회 임수택 신임회장

기사작성 07-22 리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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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주류도매업 몸담아… 사고·행동 진보적
배운 대로 정직과 신용으로 지금껏 회사 이끌어
회장 당선 후 지역별 회원사 방문하며 의견수렴

가격파괴와 리베이트, 업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
취급품목 늘리는 건 반대… 지금 면허로도 충분
의견 내고 다투면서 발전하는 토론문화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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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택 신임회장은 기초질서에 대한 중요성을 몇 차례나 강조했다. 이것이 잘 지켜지면 다 같이 당당해지고 정당한 자기 권리도 주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기 위해선 전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0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수입주류도매협회 정기총회에서 미래실업㈜ 임수택(林秀澤·55) 대표가 새 수장(首長)으로 선출됐다.
임 신임회장은 내후년 4월까지 수입주류도매협회와 70여 회원사를 이끈다.
임 신임회장은 국내 주류도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30년 넘게 종합주류도매업계과 수입주류도매업계에 몸담고 있고, 판매사원으로 시작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 남들과 똑같지 않은 삶, 결코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으며 ‘내공’을 쌓아온 까닭인지 조금은 진보적인 사고와 행동도 보인다.
임 신임회장은 “남의 눈에 눈물 흐르게 하면 언젠가 내 눈엔 피눈물 난다”는 말을 곧잘 한다. 한때 그가 모셨던 사장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도(正道) 경영, 상(商)도덕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인터뷰 김응구 기자  사진 런스튜디오(02·3437·5620)

 

 

오랜 시간 꿋꿋하게 버티셨습니다. 지난 시간은 어땠는지 잠깐 돌아볼까요?
술 도매업 한 지가 30년이 넘었습니다. 제 고향이 전남 무안인데, ‘지역 쿼터제’가 있던 시절부터 주류도매업 일을 했지요. 뭐, 그 당시에는 건설경기도 좋았고 주류업도 호황이었어요. 지금과는 많이 달랐죠. 제 친척이 사장님으로 있던 종합주류도매업체에서 처음 일을 배웠습니다. 판매사원부터 시작했죠. 그러다 경리업무를 보고 영업도 하다가 자금 관리까지 맡게 됐고요. 나중에는 직원 40~50명을 거느리면서 관리자도 해봤죠. 돌아보면 그때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 친척이라는 분이 예전에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와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의 수장이었던 임석준 회장 아닙니까?
맞습니다. 많이 배운 만큼 많이 맞기도 했죠. 속된 말로 ‘쪼인트 까인다’고 하잖아요. 숱하게 겪었습니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제게 그 분은 큰 산이었습니다. 중앙회장과 서울협회장 하실 때도 옆에서 보좌를 많이 했죠.


탄탄대로였겠습니다. 든든한 배경도 있고, 회사는 잘 나갔을 테니까요.
그게 또 그렇지 않았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한 대형 매장과 거래하다 50억 원가량의 어음 부도를 맞았는데, 타격이 상당했습니다. 갚는다고 이리저리 열심히 뛰어다녔어도 단위가 워낙 크니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었죠. 그래서 결심 끝에 사장님에게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이유야 어찌됐든 부도는 내면 안 된다”며 절 설득했어요. 어쩔 수 없이 다시 심기일전했죠. 그때는 월급도 7개월 넘게 못 받았어요. 그래도 다 갚았습니다.


회사를 키우는 것보다 죽어가는 회사 살린 게 더 대단하네요.
그러고선 1997년 5월 서울 마포에 지금의 수입주류도매업체(미래실업)를 차렸어요.

 

아니, 술이라면 지긋지긋했을 텐데 비슷한 업종을 다시 시작했다고요? 쳐다보기도 싫었을 텐데요.
막상 나와 보니 할 게 없는 거예요. 내가 배운 거라곤 이 일이 전부잖아요. 결국 종합주류도매업체에 있을 때 쌓아놓은 인적(人的) 네트워크에 기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마저도 막상 도움이 필요할 땐 모두 외면해버리더라고요. 할 수 없었죠. 사무실은 집 지하실에 마련했고, 승용차 팔고 봉고차 하나 사서 직접 운전하며 물건 팔러 다녔죠. 근데, 참 세상 일 모르겠더라고요. 위기 뒤엔 찬스라고, 그때 당시 위스키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어요. 서울 북창동에 유명 술집들이 많았는데, 그곳들이 소위 ‘대박’ 터트릴 때 제가 거래를 했거든요. 호텔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가 제 주 거래처였어요. 저는 위스키만 전문으로 취급했고요. 작은 술집이어도 한 달​에 양주 200짝씩 사 주었죠. 2010년까지는 그렇게 승승장구했습니다.

왜 2010년까지죠?
그 해에 세무조사를 받았어요. 생각해보면 저만 잘나간 건 아니잖아요. 잘 파는 회사든 그렇지 않든 경쟁은 필요했고, 그러다 보니 불법·탈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면허정지 두 달에 매출은 반토막 났고 벌금 내야 할 건 다 냈죠.


억울했나요?
아뇨. 그때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다짐했죠. 사장님이 항상 강조하던 게 있었어요. “사업은 정직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나중에 승자(勝者)는 정직한 자가 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거든요. 그래도 그때까지 제가 갖고 있던 최고의 무기가 바로 ‘신용’이었어요. 그것 하나 갖고 다시 일어섰죠. 지금도 신용 하나만으로 살아요. 저는 모든 수입사와 신용 거래를 합니다. 담보 주고 거래하는 건 하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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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주류도매협회장은 목표에 있던 일입니까?
협회 임원으로 5~6년 있었나? 그러면서 우리 업계를 위해 역대 회장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진짜 궁금했어요. 비판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말 알고 싶었죠. 회원사들과 어떤 소통을 했으며 관련 부처에는 어떤 시정 요구를 했는지, 이 정도는 우리 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잖아요. 적어도 회장이라면 그런 정도는 해야 한다고 봤어요. 회장은 봉사직이에요. 협회에서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면 진짜 사명감을 갖고 제대로 해야죠. 그래서 회장 한 번 해봐야겠다고 맘먹었죠. 결국 지난 총회 때 추천을 받았고, 정견발표 때 제가 그랬습니다. “솔직히 야망이 있었다. 다른 욕심은 없다. 회원사들이 제대로 사업할 수 있도록, 성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사업을 유지하고 지킬 수 있도록 봉사하겠다”고 말이죠. 덧붙여 “나에게 (회장) 명함이라도 하나 줘야 권력기관에 가서 우리 얘기를 할 것 아니냐. 건전한 건의는 얼마든지 받아줄 것이다.” 그랬더니 당선됐습니다. 

 

수입주류도매업계의 위기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제 지론은 ‘무조건 이익을 많이 창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20억 원어치를 팔 게 아니라 10억 원어치만 팔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10억을 벌어 20%의 마진을 본다면 사람들은 그럴 바에 20억을 팔아 10%의 마진만 보겠다고 합니다. 직원 30명 데리고 20억 팔 생각 하지 말고 15명으로 10억 파는 게 훨씬 낫습니다. 인건비, 관리비 등의 투자비용은 생각 안 하나요? 그렇게 하면 당장은 아닐지라도 서서히 우리 주류업계는 잘 살게 됩니다. 정말 다 같이 살 수 있습니다. 많이만 팔려 하지 말고 조금 덜 팔아도 다른 회사에서 팔도록 놔두고, 대신 이익을 많이 보는 구조로 가면 됩니다. 탈세나 무자료 거래도 없어져요. 이게 바로 상생(相生) 아닙니까? 제조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많이 파는 도매상 한 곳에서 1만짝을 파나 열 곳에서 1000짝씩 파나 어차피 생산품은 소비자들에 의해 소비되기 마련입니다.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은 음주문화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글로벌시대 아닙니까. 수만 가지 종류의 술이 들어와 팔리는 때입니다. 욕심은 화를 부릅니다. 우리 도매장만 잘 살겠다고 욕심내는 모습은 분명 문제 있습니다. 우리 주류업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격파괴’와 ‘리베이트’라고 봅니다. 과당경쟁은 국가적으로도 많은 손해를 보게 합니다. 우리 업계는 특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여러 모임을 가 봐도 우리같이 무질서한 비즈니스는 없습니다. 관세, 주세 등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세금을 냅니까. 그러면 국가는 통제를 강력히 해야 합니다. 지입차, 리베이트 이런 것들은 제대로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만 줍니다.

 

회장 당선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입니까.
회원사들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현 상황을 파악하고 애로사항을 들어보죠. 17일에는 부산에 내려가기로 돼 있습니다. 그런 전체 의견을 모아서 회원사들에게 전파해줘야지, 제 얘기만 해선 안 되잖습니까.


취급품목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꾸준히 들립니다.
그건 협회 회장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회원사 대부분이 종합주류도매면허로 변경되기를 희망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 입장입니다. 지난 총회 때도 큰 소리로 얘기했습니다. 종합주류도매업체가 소주 파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라고 말이죠. 종합주류에서 소주, 위스키, 수입맥주 다 파는데 왜 우린 못하게 규제하느냐고 하는 것은 제가 봤을 때 상생의 원칙이 아닙니다. 이것은 국가기관에서 만든 규정·규칙입니다. 우리의 기득권을 위해서 너도 팔고 나도 팔고 다 하자? 법이 없고 강제성이 없는 민주주의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가 갖고 있는 면허제도 내에서도 사업하는데 지장 없습니다. 회장에 당선되고 소감 발표 할 때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제가 종합주류도매업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12년을 했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공병보증금, 취급수수료, 관리감독 등 신경 써야 할 문제들이 수십, 수백 가지입니다.

 

1년쯤 지났을 땐 많은 환경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주류업계는 분명 변해야 합니다. 우리가 만든 문제이니 우리가 풀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업계 90%가 어렵습니다. 저 또한 어렵습니다. 이 어려움들을 계속 끌고 나가면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해있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영원한 ‘철밥통’이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모두들 내 회사만큼은 내가 지켜야 내 삶이 편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아직 멀었지만 내년 정기총회 때는 회원사들의 마인드 변화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꾸밀 생각입니다. 관련 교수를 초청해 강의도 하고 교육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런 시간들을 통해 내 의견을 발표하고, 반대 의견도 들어보고, 서로 다퉈보고, 자신의 자존감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보고, 때로 무시도 당해보는 시간을 마련할 겁니다. 그 같은 토론문화가 있어야 발전합니다. “혹시 이런 말을 하면 창피당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영원히 발전하지 못합니다. 실제 제가 있었던 30년간 하나도 변한 게 없잖습니까.

 

마지막으로 회원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주류산업과 관련된 모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초 질서를 잘 잡아놓으면 어길 수 없습니다. 그만큼 기초 질서가 중요합니다. 그게 잘 되면 도매상에서 무자료를 팔 이유가 없습니다. 이익 많이 남기고 정당하게 세금계산서 발행하게 됩니다. 유통질서를 깰 일이 없으니 국세청에게도 떳떳합니다. 경쟁사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면 “왜 내 업소에서 나쁜 짓 하느냐, 고발할 거다”라고 강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질서가 잡힙니다. 다 같이 당당해야 하고 정당한 자기 권리도 주장해야 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교육을 통해 이뤄가야 합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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