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2018년2월19일 月曜日

우리술 문화 vs. 우리술 위생

이대형의 ‘우리술 문화 답사기’ [3]

기사작성 08-01 리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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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문한 오랜 역사의 양조장
내부엔 현대적 釀造 시설들 자리해

정부의 위생기준에 맞추기 위한 선택
과거의 모습 지키며 만들 순 없을까?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경기도다. 그런 이유로 직접 현장을 찾는 양조장도 대부분이 경기도다.

 

경기도에는 규모가 큰 곳은 물론 오랜 역사의 양조장이 많다. 그중 포천은 양조장 이름만 얘기해도 많은 사람이 알만큼 막걸리의 대명사격인 지역이다. 또 양평에는 경기도는 물론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지평양조장이 있다.

 

지평주조는 1925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한다. 1대 사장인 고() 이종환 씨에게서 2대인 김교십 씨가 인수했고, 이후 3대 김동교 씨를 거쳐 현재 4대 김기환 씨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 집안의 3대가 한결같은 막걸리를 빚고 있는 것이다.

 

지평양조장은 맨 처음 설립 당시의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6·25전쟁 때는 UN() 기지로도 활용됐다. 이곳은 지금도 입국(粒麴) 제조법 중 하나인 오동나무를 통한 상자법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누룩을 만든다. 현재 대부분의 양조장에서 만드는 입국은 기계식이며, 이중 상당수는 반자동 또는 완전자동 입국기()를 사용한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지평양조장을 최근 1년 만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예전과 달라진 양조장의 모습에 꽤 놀랐다. 외형(外形)은 그대로였지만 내부엔 현대적인 양조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최신식 막걸리 주입시설과 포장시설 등이 들어찬 그곳은 과거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존의 내부 구조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보강을 통해 양조장을 현대화시켰다는 점이다. 입국실 역시 과거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평양조장이 현대화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 관계자들은 최근 위생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자체적으로 그것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으며,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류 위생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당장의 막걸리 판매를 위해 결정한 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말에 공감은 하지만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일본엔 300~400년 역사의 사케 양조장이 많이 있다. 이 양조장들 중에는 실내가 현대화 돼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생산은 전통방식으로 하는 곳이 많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국내 양조장들이 식약처의 위생 점검에 대비하기 위해 과거의 문화를 버리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일본엔 사케 투어, 프랑스엔 와이너리 투어, 영국엔 위스키 투어가 있다. 이처럼 여러 나라엔 술 산업에 문화를 접목시킨 다양한 술 문화 산업이 많이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찾아가는 양조장사업을 만들어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오랜 역사를 지닌 양조장들이 식약처의 위생기준에 맞추기 위해 과거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양조장 입장에선 지금의 법을 고치지 않고서는 위생법을 위반하는 꼴이 돼 결국 현대화 된 시설을 갖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한 번의 실수로 숭례문이 전소(全燒)된 후 새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한 번 그 가치가 훼손되면 그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다시 쌓기까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숭례문의 사례는 우리 양조장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양조장들이 과거의 모습을 크게 변형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양조업을 지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빨리 나왔으면 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개발과 농식품가공팀 / blog.naver.com/korea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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